한국인에게는 너무도 발칙한 제목의 책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 소개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호주로 떠난 20대 후반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2015년 출간된 이 소설은 한국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인데 주인공 역할로 배우 고아성 씨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다소 파격적인 제목의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난 여자의 이야기

소설의 주인공 계나는 27살의 여성입니다. 그녀는 종합금융회사 카드 승인실에서 근무합니다. 매일 아침 아현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신도림역을 거쳐 역삼역까지 가는 일을 반복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굴러가는 수레 속 작은 톱니바퀴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단조로운 회사 생활에 점점 지쳐갔고 마침내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날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친구들은 그런 계나가 외국에 대한 환상에만 사로잡혀있다고 비아냥 거립니다. 계나에게는 6년간 연애를 이어온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남자친구 역시 계나의 외국행을 반대합니다. 계나의 부모님 또한 그녀가 만약 호주행을 포기한다면 더 큰 집으로 이사할 수 있다며 딸을 설득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계나는 심한 독감에 걸린 채 퇴근길에 오릅니다. 그날 역시 지하철은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인파에 휩쓸리던 계나는 인내심에 한계를 느낍니다. 그녀는 도저히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고 결국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습니다. 그러나 계나는 영어실력이 유창한 것도 아니었고 호주에서의 신분도 불안정했습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그녀를 받으며 식당에서 주방 보조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크고 작은 위기를 견뎌내며 마침내 대학원에 입학해 호주에서 회계학 공부를 마치게 됩니다. 몇 년 뒤 계나는 호주의 시민권자가 됩니다. 그동안 묵묵히 그녀를 기다렸던 남자친구 지명은 그 사이 기자가 되었습니다. 남자친구는 계나에게 프러포즈를 하며 자신과 함께 다시 한국에서 살 것을 제안합니다. 계나는 남자친구의 아파트에서 두 달간 함께 생활하며 고민에 빠집니다. 그리고 안정적인 한국의 생활을 뒤로하고 불확실한 호주로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이민을 선택하는 사람들

대한민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을 떠나 해외 이주를 선택한 사람들은 총 6257명입니다. 이는 1년 전인 2017년과 비교했을 때 4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한국을 떠난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합니다. 자녀 교육 문제, 인구 밀집, 빈부격차, 세대 및 남녀 간 갈등 문제, 과열화 된 경쟁사회 등이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한국의 심한 공기 오염 때문에 건강을 생각해 더욱 좋은 자연환경을 찾아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밖에도 젊은이들은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려 해외 취업 기회를 노리고 이민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소설 속 계나는 자신이 한국을 떠난 이유에 대해 짤막하게 대답합니다. 한국이 싫어서. 그녀 역시 호주행을 택하기까지는 이런저런 복잡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 계나의 선택은 독자들에게도 상반된 반응을 불러옵니다. 계나에게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무조건 해외행을 선택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한국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냥 이대로 살기는 싫어서 덜컥 외국행을 선택한다는 것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친구들의 말대로 해외 생활에 막연한 환상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게 떠난 계나의 호주 생활이 마냥 순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보다 훨씬 적은 돈을 벌며, 심지어는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하는 위기에도 처합니다. 계나가 만약 안정된 생활을 찾아 호주로 떠났다면 그녀는 진작 한국으로 돌아왔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호주에서의 온갖 풍파를 겪고도, 또다시 호주행을 선택합니다. 첫 번째로 한국을 떠난 이유는 말 그대로 한국이 싫어서였지만 두 번째로 다시 호주로 가기로 결정한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한국과 호주, 두 나라를 모두 살아본 계나가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는 직접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계나는 자신이 살던 나라를 떠나는 선택을 함으로써 삶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계나의 인생은 성공적입니다.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

장강명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개인의 취미생활이나 충분한 휴식을 방해하는 과도한 업무량, 심화된 경쟁사회에서 생겨난 타인과의 비교, 학벌 및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는 잘못된 습성 등이 그것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것들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 누군가는 견디지 못하고 괴로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 세계 어느 나라에나 모순과 부조리함은 존재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이 떠난 호주도 크게 다를 바는 없습니다. 그러나 개개인이 느끼는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계나는 추위를 굉장히 많이 타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어차피 부조리함 속에서 살아갈 거면 자신이 좋아하는 따뜻한 날씨에서라도 살아가자고 다짐합니다. 남들에게는 다소 허무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계나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호주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신의 조국, 즉 태어난 나라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남은 인생을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지는 것. 작가는 소설을 통해 그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머물러 있기보다, 때로는 떠나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늘 좋은 경험은 아닐지라도 그 과정에서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기도 하고, 미처 몰랐던 나의 새로운 취향이나 가치관을 세우기도 합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는 미련만이 남습니다. 나의 행복이 과연 어디에 있을지는 직접 그것을 찾아 나선 사람들만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은 미처 용기를 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대리 만족을, 혜나와 같이 한국을 떠난 사람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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