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점을 휩쓴 SF소설 열풍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작가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소개입니다. 책에 수록된 각 단편들을 간단히 소개하고, 작가에 대한 설명과 다른 SF소설과의 차별점을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이 책에는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포함해 총 7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인상 깊은 이야기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아무런 차별도, 혐오도 없는 완벽한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년이 되면 이동선을 타고 순례지로 떠나는 의식을 치릅니다. 하지만 그중 절반이 넘도록 순례지에서 귀환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인공 데이지는 그것에 의문을 품고 자신이 직접 순례지로 갈 것을 결심합니다. '스펙트럼'은 우주에서 40년간 실종되었던 희진이라는 우주여행사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그녀는 자신이 외계 지성체를 만나 10년간 함께 생활했다고 증언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근거가 없기에 사람들은 그녀를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합니다. 희진은 오직 그녀의 손녀인 '나'에게만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그녀는 분명 우주생명체를 만났고, 그와의 교감을 통해 단 한 장의 그림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여생을 바쳐 그림을 해석하는데 끝내 성공합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는 안나라는 과학자가 우주여행을 위해 냉동수면 기술을 발명해 냅니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를 먼저 다른 행성으로 보내고, 자신은 기술을 완성시키기 위해 지구에 남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명되기 직전,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냉동수면 기술은 지원이 끊기고 맙니다. 심지어 남편과 아이가 떠난 행성으로의 항로도 폐쇄되고 맙니다. 그렇게 그녀는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었고 홀로 가족을 만나러 가기 위한 우주여행을 떠납니다. '감정의 물성'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형상화한 제품이 출시됩니다. 이는 만지기만 해도 그 감정으로 빠져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 설렘 같은 긍정적 감정뿐만 아니라 우울, 분노 같은 부정적인 제품도 불티나게 팔려가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관내분실'에서는 미래에 등장하는 새로운 장례문화를 소개합니다. 미래에는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곳에 데이터를 통해 죽은 사람을 기록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의 어머니의 데이터가 실종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주인공은 어머니의 데이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과학자 소설가의 등장

김초엽 작가는 대학생 때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생화학을 공부한 과학자입니다. 그녀는 최근까지도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는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과학의 원리나 기술에 대한 설명이 아주 자세하게 등장합니다. 이런 상세한 지식과 정보가 SF장르의 약점인 허구성을 보안하며 더욱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한마디로 구체성이 살아있는 소설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언젠가 정말 벌어질 것 같은 내용들로 독자들의 긴장과 기대감을 이끌어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인 내용이 어렵지 않게 풀어져 있어서 누구나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김초엽 작가는 2017년에 데뷔한 신예 작가입니다. 1993년 생으로 아직 젊은 나이이기에 앞으로의 작품활동이 더욱 기대됩니다.  

 

기존 SF소설과의 차별점 

이전에 등장한 SF소설의 특징은 주로 우주 전쟁, 혹은 AI기술이나 기계와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술의 과한 진보로 인해 인류가 오히려 후퇴하고,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는 내용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김초엽 작가의 작품들에서는 미래에 등장하는 어떤 새로운 존재를 인간의 적으로 두지 않습니다. 그들은 인간과 같은 마음과 감정을 지니고 있으며 심지어 서로 교감을 나누기도 합니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이야기, 위협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이 소설집은 한 줄기 따스한 위로와도 같습니다. 물론 작품에 따라 쓸쓸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다 희망차고 따뜻한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파스텔톤의 표지가 그것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기술은 앞으로도 진보할 것이며, 미래의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더라도 빛처럼 따스한 온기는 품을 수 있을 거라고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김초엽 작가의 SF소설집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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