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학 <페인트> 부모 필독서, 소설배경, 좋은 부모란 무엇일까?

아이들이 부모를 고르는 세상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2019년 11월에 발간된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는 이런 독특한 상상에서 출발하는 책입니다. 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나라에서 키운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어 부모를 직접 선택하는 파격적인 내용입니다. 이 책의 배경, 줄거리와 함께, 왜 청소년 문학임에도 불구하고 부모 필독서로 꼽히는지 그 이유를 같이 알아보겠습니다.

소설 배경

얼마 전 한국의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최저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때문에 약 700년 뒤에는 지구상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무서운 전망도 함께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유독 출산율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높은 물가, 치열한 교육열과 경쟁사회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힙니다. 나 하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자식까지 키우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부모 자식'간의 갈등도 한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부모 세대는 자식에게 유독 엄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자식이 성인이 된 후에도 그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만연합니다. 태어나 성장하면서 부모와의 이런 갈등을 겪은 자녀 세대들은 어느덧 시간이 흘러 부모가 될 만한 나이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고민합니다. '내가 과연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좋은 부모란 무엇일까?' 그런 고민들은 결국 부모가 되기를 포기하는 결말에 이르기도 합니다. 

줄거리 

소설 <페인트>에서 또한 한국 현대사회의 이런 고민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며 정부가 고민에 빠집니다. 출생을 장려하기 위해 온갖 지원책을 펼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이에 정부는 파격적인 제안을 합니다. 이제 아이는 국가에서 책임지고 키운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단순히 양육보조금을 지원하는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아이들을 데려다가 의식주, 교육까지 해결을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센터가 바로 Nation's Children 일명 NC센터입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한마디로 고아입니다. 부모가 낳았지만 책임지지 않는 아이들입니다. 나라는 이들을 거두어 정성껏 교육시키고, 양육합니다. 그리고 13살이 되면 아이는 부모를 직접 고를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한마디로 부모면접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부모면접을 Parent's Interview의 줄임말로 '페인트'라는 은어로 부릅니다. 주인공 제누 301은 센터에 있는 아이들보다 눈치가 빠르고, 생각이 깊은 아이입니다. 그래서 그는 센터에서 아이를 입양하려는 부모들의 진심을 한눈에 파악합니다. 물론 좋은 부모도 있지만, 일부는 가식적으로 아이들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고자 하기도 합니다. 이런 부모들의 행렬에 질린 제누는 부모 선택을 미루며 점점 센터에서 나이만 먹어갑니다. 센터는 19살까지 있을 수 있고, 그 이후엔 자립을 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입양이 되지 않으면 그 아이에겐 평생 NC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센터에 한 30대 젊은 부부가 찾아옵니다. 그들은 기존의 부모들과는 달리 오히려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듯한 모습입니다. "꼭 부모가 되어야 하나요? 친구가 될 순 없나요?"라고 당당하게 묻는 그들에게 제누는 점점 마음이 끌립니다. 하지만 센터는 그런 부부가 자격 미달이라며 못 마땅합니다. 과연 제누와 부부의 앞 날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부모 필독서로 꼽히는 이유 

제누는 센터를 찾아온 30대 부부를 못마땅해하는 센터장에게 이런 말을 남깁니다. "세상 어떤 부모도 미리 완벽하게 준비할 수가 없잖아요." 저는 이 말이 이 책을 관통하는 중심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완벽하게 준비된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많은 예비 부모들은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 라는 말로 부모가 되는 것을 망설입니다. 소설은 이야기합니다. 부모는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한편 소설에는 자식과 부모 간의 다양한 관계가 등장합니다. 센터장 또한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입은 인물입니다. 그는 아버지를 미워했지만 용서하는 과정을 거치며 한 발짝 나아갑니다. 제누를 찾아온 30대 부부 중, 아내 하나는 어머니와의 갈등을 겪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딸 하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컸습니다. 그래서 하나는 원하지도 않는 공부를 하며 청소년기를 견뎌냈습니다. 실제로 부모들은 자식에게 많은 것을 강요합니다. 그리고 자식들이 이에 반발하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물론 아이가 어릴 때의 적절한 훈육과 가르침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말이 통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지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생각만을 주입하려는 잘못된 교육관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만들어냅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녀를 인격 그대로 존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자녀가 오히려 부모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이 소설 속 아이들이 자녀가 부모를 고르는, 부모면접을 진행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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