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잃어버린 이름에게>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 비슷한 주제의 다른소설

김이설 작가의 연작소설집 <잃어버린 이름에게> 소개입니다. 이 책은 네 편의 단편을 연작으로 묶어낸 소설입니다. 각 챕터의 등장인물은 모두 중년의 기혼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각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와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에 대해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등장인물

<기만한 날들을 위해>에서는 전업주부 선혜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연년생 자녀를 낳아 길렀고, 남편을 위해 지난 23년간 매일 아침밥을 차려냈습니다. 선혜는 자신이 충실하게 밥을 차리고, 집안을 청소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아내, 엄마, 특히 전업주부로서의 사명감이라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딸은 대학교에, 아들은 군대에 가면서 선혜는 집에 홀로 멍하니 남아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그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증에 시달리며 병원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바로, 그동안 그토록 외면해 왔던 남편의 외도라는 것을 결국 인정하게 됩니다. <우환>에 등장하는 근주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그녀는 최근 자신의 자궁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깊은 걱정에 빠져듭니다. 근주의 어머니 역시 자궁경부암을 앓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불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녀는 심지어 항우울제까지 복용하게 되지만 몸과 마음은 점점 무너져갑니다. <경년>에서의 '나'는 중학생 아들이 여자아이들과 잠자리를 가진 것을 알고 복잡한 심경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나의 걱정과 달리 남편은 오히려 여자아이들을 비난합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며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한편 <미아>에 등장하는 소영은 남편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생각과 세상에 홀로 남겨져있는 것 같다는 외로움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병원 진료 대기실을 나와 눈물을 흘리는 소영에게, 한 중년 여성이 핸드백에서 티슈를 꺼내 건넵니다. 그 순간, 고립되어 있던 여성 각자의 삶에 새로운 연대가 생기는 듯, 아주 작은 희망 한줄기가 비춰옵니다. 

이야기의 주제 

소설에 등장하는 네 여성은 각자 저마다의 고민과 걱정, 불안, 그리고 외로움으로 고립되어 있습니다. 이들에게 결혼이란 이름을 잃어버린 채 엄마, 아내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장치입니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 또한 <잃어버린 이름에게>입니다. 미혼자에게 결혼이란 환상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타인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매일 한 침대에서 같이 자는 것이 불편하고,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누군가의 끼니를 차려야 하는 일은 번거롭기만 합니다. 식자재를 구입하고 다듬고 보관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일도 서투르기만 합니다. 허리를 굽혀 창틀을 닦거나 무릎을 꿇고 변기 틈 안쪽까지 닦다 보면 모든 게 구차하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것이 바로 진짜 우리의 삶이고, 기혼자들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그녀들의 앞날에 아무런 희망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소영이 병원 대기실에서 눈물을 흘릴 때, 중년 여성은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그녀에게 티슈를 건넵니다. 이때의 티슈는 단순한 휴지가 아닙니다. 연대이자, 타인과 연결되는 새로운 가능성의 매개체입니다. 소설은 기혼 여성들에게 말합니다. 내가 선택한 삶이므로 그에 대한 결과 역시 자신이 짊어지고 간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삶은 언제나 선택을 통해 변해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비슷한 주제의 다른 소설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젠더 감수성이 유독 풍부해진 느낌입니다. 30대 여성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였고 그들이 문학상을 휩쓸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입니다. 기혼 여성 대부분이 경험했지만 '다들 그렇게 사나 보다'라고 여기며 홀로 삼켰던 그 개인적인 경험들을 수면 위로 올린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심지어 한국 소설 중 유례없이 엄청난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번역되어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온 작품입니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36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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