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더 셜리클럽> 호주 워킹홀리데이, 다양한 의미, 리뷰

박서련 작가의 장편소설 <더 셜리클럽>의 리뷰입니다. 이 책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여성이 낯선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연대를 이루고 정착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온 사랑이라는 감정을 겪어내는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책의 줄거리와 숨겨진 의미들을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주인공 

설희는 아빠와 엄마의 이혼 후 팍팍한 삶으로 괴로워하던 중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게 됩니다. 경제적으로 딱히 어려워서라기보다는 도피성으로 한국을 잠시 떠나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한국과 정반대에 위치한 호주. 그러나 그곳의 삶도 한국과는 크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설희는 근방의 공장에서 일하고 돈을 벌며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멜버른에서 벌어진 한 축제을 보게 됩니다. 그곳에서 할머니 여럿이 흥겹게 춤을 추며 지나가는 퍼레이드를 발견합니다. 그 모임의 이름은 다름 아닌 '셜리 클럽.' 셜리라는 이름을 지닌 할머니들이 멤버가 된 모임이었습니다. 설희는 자신과 비슷한 가진 할머니들의 등장에 흥분합니다. 그리고 자신 또한, 그 클럽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빠져듭니다. 설희는 충동적으로 할머니들을 따라 한 펍에 들어섭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인 파독 광부 할아버지와 간호사 할머니를 둔 혼혈 남성 S를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문득 설희의 인생에 들어온 셜리클럽, 그리고 S. 설희는 시간이 흘러 자신이 S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깨닫지만, 어느 날 S가 잠적을 해버립니다. 괴로워하는 설희를 위해, 셜리클럽의 할머니들이 합심해서 S에 대한 정보를 구해다 주고, 설희는 그것을 바탕으로 S를 찾아 호주 전역을 돌아다니게 됩니다. 

 

90년대 감성을 자극하는 목차 

이 책은 목차가 독특합니다. 카세트 테이프의 트랙을 따라 A면, B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A면은 설희가 호주 워킹데이를 온 후 셜리클럽의 할머니들과의 인연을 맺기까지, 그리고 S와의 만남을 집중적으로 소개합니다. 후에 이어지는 B면에서는 설희가 S를 좋아한다고 인정하고 난 후의 감정들을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그러나 S의 갑작스러운 잠적으로 인해 설희는 매우 당황하게 되고, 할머니들과 함께 그를 찾아 나서는 여행기가 중점으로 실려있습니다. 카세트테이프 트랙이 넘어가는 구성이기 때문에 일시정지, 플레이 버튼 등이 존재합니다. 마치 누군가 카세트에 녹음해 둔 이야기를 내가 한 트랙, 한 트랙 넘겨가며 듣는 독특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소설 속 의미 및 리뷰 

카세트테이프는 설희에게 사랑의 매개체입니다. S가 그녀에게 선물한 것으로 설희는 카세트테이프를 보며 과거 부모님 세대가 카세트테이프에 음악을 녹음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건넸던 장면을 떠올립니다. 그곳에 깔끔하게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선곡, 몇 번의 수정작업, 그리고 심혈을 기울인 녹음 작업이 필수입니다. 따라서 설희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만큼의 에너지와, 시간, 열정을 쏟는 감정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설희가 만난 셜리클럽 역시 그녀에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설희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소설 전반적으로 인종과 문화가 다름으로써 오는 차별과 갈등이 깔려있습니다. 소설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가끔 생각나요. 나에게 차가운 얼굴을 보여준 사람들. 하지만 그냥 내 마음이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정말 내가 차별을 당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팍팍한 타국 생활 때문에 사실 내 감정이 차가웠던 것인지 설희는 항상 고민합니다. 그런 낯선 환경에서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셜리 할머니들과의 만남은 그녀에게 강한 연대감을 심어줍니다. 할머니들은 친절하고, 설희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그것은 타국에서 설희에게 건네는 따스한 호의이자, 친절이며 가장 큰 위로입니다. 이 책은 특히 해외 생활을 한 번이라도 하셨던 분들에게 더욱 추천합니다.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한줄기 빛처럼 만났던 좋은 사람들. 그 추억을 되새기며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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